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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과 후기 사이

심리학 책 추천, '감정은 언제나 옳다'

안녕하세요.

감성을 깨우는, 조금 더 깊어지고 풍요로워지는 공간 '센티멘털 랩'입니다.

 

저는 사실 좀 감정의 기복이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좋을 때도 많지만, 가끔은 그러한 제 감정이 꽤 버겁게 느껴지곤 하지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책들 중에는 감정과 관련된 주제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저에게 큰 안정감을 주었던, 김병수 작가님의 책 한권을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이기도 한 김병수 작가님께서는 꽤 많은 책들을 쓰셨는데, 저는 아직 이 책밖에는 읽지 못했습니다. (조만간 다른 책들도 읽어볼까 합니다.)

‘감정은 언제나 옳다’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명쾌하고도 설득력 있는 내용으로, 주위의 누구에게라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그 에센스만 뽑아 정리했으니 한번 훑어보시고 괜찮으시다면 전문을 읽어보시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1 "감정이 아니라, 감정에 대한 나의 느낌이 달라져야" 한다

 

 

감정에 대해 다루는 책들을 읽다보면 공통적인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감정에 휘둘리는 대신, 정확히 인식하고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감정을 뭉뚱그려 받아들이지 말고, 그 속에 담긴 감정들을 여러 갈래로 나누어 하나하나 느낄 수 있어야 한"고요. 

 

자신이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알지 못하면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리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엔 공허해질, 본질과 무관한 행동을 하거나, 최악으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역시 모든 올바른 것은 정확히 '관찰'하고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30이 되고 40이 되어도 자신의 감정을 알고 다루는 데 서툰 어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자연스럽게 터득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한 '에리히 프롬'처럼 (혹은 제가 좋아하는 '알랭 드 보통'처럼) 자신의 감정 역시 그렇습니다. 

 

누구도 감정 자체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감정의 매커니즘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대해 회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관찰하며 알아가는 것, 그리고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그것이 없앨 수 없는 우리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저에게 아주 와닿았던 문단이 있어 첨부합니다.

 

"불쾌한 기억과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는 더러워진 이불을 쳐다보기 싫다고 제대로 빨지도 개지도 않은 채 이불장에 아무렇게나 집어넣고 문을 닫아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렇게나 집어넣은 이불은 쏟아져 버립니다. 쏟아지지 않도록 두 팔로 문을 꼭 닫고 있어야 합니다. 이불장 문이 열려서 보기 싫은 이불이 쏟아지지 않도록 항상 두 팔로 문을 닫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힘이 들까요. 다른 곳으로 움직이지도 못하겠지요. 아픈 기억과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는 것도 이런 모습과 꽅같습니다. 괴롭더라도 이불장을 열고 더러워진 이불을 꺼내야 합니다. 깨끗이 씻어서 차곡차곡 정리해 다시 집어넣어야 합니다. 그러면 이불이 이불장 밖으로 쏟아질 일도 없습니다. 괜히 힘을 빼지 않아도 됩니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본문 중에서)

 

#2 우울도, 불안도 나름의 역할이 있다. 

 

 

누구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본성적으로 긍정적인 기분보다 부정적인 기분을 더 오래 느끼게 설계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필요에 의한 결과입니다. 예컨데 불안은 "감정의 칼날을 날카롭게 만들어" 위험을 감지하고 준비하게 한다는 겁니다. 외로움은 우리가 서로 도우며 살아가게 하게 하고, 우울은 지친 스스로를 보호하라는 신호를 보내 쉼을 통해 에너지를 보충하게 합니다.

 

결국 감정이란 없애고 싶다고 없앨 수 있는것도, 또 부정적이라고 생각되는 감정이 모두 사라져야 행복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우울할 수 있다, 우울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궁극적으로는 덜 우울해집니다." (본문 중에서)

 

불안과 우울은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마음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평소보다 자신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면 그건 지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증거이니, 그런 자신을 알고 액션을 취하면 됩니다.

 

#3 부정적 감정에의 처방전, 감정이 생기려면 그에 맞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 책은 우울이나 불안이 강화되는 매커니즘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상황에 대해 반추를 하다보면 점점 더 그 감정의 수렁 속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반추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반추를 하는 방향의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탓하거나 나 자신에게 올가미를 씌워 자책을 하기보다는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해야합니다. 즉 최대한 객관적으로 (다른 책에서는 자신이 '자신의 친구'라는 가정을 해보라고 하더군요. 이 책도 기회가 되면 소개해드릴게요.) 그 사건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 사유하고 그 후속 행동을 결정해야 하겠지요.

 

제가 얻은 구체적인 처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단계. 나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내가 부정적인 감정의 모드라는 것을 인지합니다. 그것이 어디서 근원한 어떠어떠한 감정들이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겁니다.
2단계. 우울감과 불안감에 휘둘리지 않고 그것이 옅어지기를 조금은 느긋하게 기다려줍니다.
3단계. 그 다음에는 기분이 좋아질 만한 활동을 찾아 몸을 움직입니다.

 

감정은 자의적으로 조절할 수 없습니다. 즉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우울하지 말아야지' '불안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만으로는 벗어날 수도, 다른 감정을 만들어낼 수도,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감정이 생길 수 있는 상황과 사건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그렇게 될 만한 일을 찾아 스스로 움직여야 합니다.

 

운동을 하는 것, 산책을 하는 것, 누군가를 만나는 것.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만 부정적인 감정을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나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옵션들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 역시 자신을 잘 알아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4 누군가를 위로하는 법

 

이 주제 역시 눈여겨볼만한 내용이었습니다. 친구가 우울할 때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었는데요. 제 나름의 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먼저 친구의 감정을 확인해주는 것. 즉 마음을 읽어 표현해서 알아주는 겁니다
2단계. 그 다음에는 '정상화', 즉 그러한 감정이 아주 자연스럽고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3단계. 존재의 가치 확인해주기. 그러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소중하며 가치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줍니다.

 

어쩌면 이 프로세스는 스스로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자기 자신 외에는 누구도 자신의 슬픔을 위로해줄 수 없을 때가 있지요. 나 스스로 슬픔을 위로해야 할 때도 한 번 떠올려보면 좋을 내용입니다.

 

 

#5 자기만의 가치

 

 

"누제닉 신경증"이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열심히 살던 사람이 갑자기 그간의 노력을 허무하게 느끼고 회의감을 느끼는, 일종의 '의미상실증'입니다. 본인이 "진짜 원하는 가치"에 대해서 고민해야하는 이유입니다. 그러한 고민 없이 "순응" 즉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복종" 즉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요구하는 대로 맞추기만 하면,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이후라도 그 "누제닉 신경증"에 걸려 불행하게 삶을 마감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중심점을 '나'에 찍고 살아가야 합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크게 성취, 의미(사회기여), 몰입, 어울림, 즐거움의 다섯 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이 중에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바깥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감정과 생각은 맞닿아 있고, 확장된 감정은 그렇게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포괄합니다. 

 


이 책은 제가 ‘감정'이라는 개념을 새로 정의할 수 있게 해준 텍스트 중 하나입니다. 처음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다시 꺼내어 읽어도 여전히 저에게 많은 생각거리와 좋은 느낌을 선물합니다.

 

이 짧은 포스팅이 여러분께도 작지만 기분좋은 영향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