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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과 후기 사이

인문학 책 추천, 예술적 상상력: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힘

안녕하세요.

감성을 깨우는, 조금 더 깊어지고 풍요로워지는 공간 '센티멘털 랩'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올해 제가 가장 처음 읽었던 좋은 책, 오종우 교수님의 '예술적 상상력'에 대한 기록을 남겨볼까 합니다. 읽으면서는 뭉클 하는 마음이 몇 번이고 올라왔고, 읽고 나서는 진한 여운이 오래 남아, 주변에 널리 널리 알리고픈 마음이 들었는데, 그 묵은 마음을 여기에 남겨보렵니다.

 

 

 

 

 이 책은 '예술적 상상력'을,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힘'으로 정의하고, 그 힘의 원천을 여러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사이 사이 QR코드로 심어진 관련 음악들을 들으면서 읽으면, 더욱 몰입된 상태로 흥미롭게 이야기들을 흡입하게 되기도 하고요. 챕터의 끝마다 '예술수업'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오 교수님의 에세이 형식의 글이 또 강렬한 울림을 남깁니다. 

 

간결하고 명료해보이지만, 주제와 주제 사이의 거리가 넓다고 해야할지 깊다고 해야할지, 한 이야기에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그 연결고리에서 사유의 깊이 내지는 통찰력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다처럼 즉각적인 연결이 아니라, 일반적인 생각의 폭으로는, 그러니까 깊은 고민과 지식이 없이는 연결점을 찾을 수 없는 영역으로 생각이 전개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런 책을 만날 수 있는 건 참 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독 저의 마음에 남은 문장들과 그에 대한 감상을 남겨둡니다.

 

#1 상상력은 어디에서 올까

 

 

피카소, 두 자매 (1903)

 

첫 장은 피카소의 <두 자매>라는 그림에서 출발합니다. 한 사람은 수녀이고 한 사람은 창녀인 이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사람들은 종종 두 사람을 반대로 인식합니다. 피카소는 소외된 사람을 그리는 것에서 시작해 형태를 해체하고 통념을 벗어던지는 다양한 파격적인 그림을 남겼는데, 이 두 자매에서도 사람들의 편견과 통념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겉보기가 아닌 실체를 볼 수 있는 힘, 즉 상상력은 곧 사유하는 힘입니다. 사유는 표면적인 인식과는 달리 더 깊은 것을 들여다보는 행위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사유가 부족할 때의 상황을 독일에 빗대 이야기합니다. 그 유명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함'(악의 비속성이라고도 번역되지요)입니다. 깊은 사유, 즉 타인에 대한 또는 어떤 행위의 의미에 대한 사색없이 그저 타성적으로 살아갈 때, 우리는 누구나 ‘아돌프 아이히만’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런 가책이나 거리낌 없이 홀로코스트에 동참해 누군가를 죽음으로 이끄는 미션을 열심히 수행하면서 살아가게 될 수도 있는 겁니다.

 

"(한나) 아렌트의 보고서는 세상에 만연한 악이 사유 부재에서 나오는 일이라는 통찰을 준다. (...) 아이히만은 자기가 하는 행동이 무슨 일을 초래하는지 상상력이 결여돼 생각하지 못하고 현실감을 상실한 채 마비되어 기계처럼 행동했다. 사유하지 못하고 영혼이 깃들지 못한 인간은 악마였다."

 

사유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리고 우리 사회를 조금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첫 장 본문이 끝난 후, 별도의 마무리 글에서 제 마음에 큰 여운을 남긴 문단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강함 역시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단순히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 예술을 학습하지 않는다.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면서 우리는 개성을 찾는다. 개성을 지닌 사람은 타인을 시기하지 않는다. 욕심이 아니라 관심을 따른다. 여러 개성들이 만나 세상을 이룬다. 그럴 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도 건강해진다. 
삶은 어떻게 살라고 정해져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조해야하는 숙제다."

 

#2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상상력은 미래를 연다”

 

저에게는 위의 이 짧은 문장이 임팩트 있게 다가왔습니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의 시작은, 보이지 않던 것을 가시화한 누군가의 ‘상상력’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그러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누군가 새로운 것을 내어놓았을 때 쉽게 배척하거나 조롱해버립니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고 싶어합니다.

"생소한 것을 야만이라고 비난하는 태도는 자신은 문명이라는 우월감을 가지고 낯선 것을 거절하며 자기 규범 안에 갇힌 모습이다. 지금 가장 인기 있는 그림들인 인상주의의 회화도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광인들의 미친 짓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언론에는 심지어 임산부에게 위험한 그림이라는 글이 실리며 전시회를 찾는 발걸음을 막았을 정도였다.”

 

이 책은 인상주의란 실은 극도의 현실주의라고 봅니다. 상투적인 현실 말고, 순간 순간 빛에 따라 변화하는 색감과 형상, 그 실체를 쫓는 것이 인상주의자들의 목표였다고요. 그러니 그들의 그림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규정하는 것은 바로 상상력이 결여된 우리 마음의 장벽이라고 말입니다.

미래를 여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 보이지 않는 것들, 들리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고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예술작품은 우리가 낯선 것에 대해 쌓아뒀던 마음의 장벽을 허뭅니다.

"앞장에서 말한 사유와 인식은 완전히 별개의 사고방식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인 지능을 제한된 틀 안에서만 작동하지 말고 그 폭을 넓혀야 한다. 문제의 본질을 보려는 사유는 기성 논리에서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 연합해서 새 논리를 창조하게 해준다. 상상력을 갖춘 사유가 지식의 폭을 넓힌다.
샤갈을 안다고 다시 샤갈의 그림을 보지 않을까. 베토벤을 안다고 또다시 베토벤을 듣지 않을까.
예술작품은 만나고 느끼는 것이다. 이때 기존 인식에 틈이 생겨 새로운 논리가 생긴다. 같은 작품이라도 다시 만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예술작품과 친근해질수록 만남의 기쁨이 커진다. 지난 신문이나 다 배운 교과서를 이미 알기에 다시 펼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과 다른다.”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우리의 삶에 더 큰 힘을 행사합니다. 현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그리고 어려움을 견딜 수 있게 하는 희망과 의미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두 개의 현실을 살아간다. <히브리서>는 이를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나왔다"라고 말한다. 하나는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성격을 지녀 눈에 확연히 보이는 현실이고, 다른 하나는 그 현실을 살아야 하는 이유와 같이 살 힘을 주는, 드물게는 때로 파괴하는 현실성을 띠고 있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 삶에 활력을 준다. 희망이나 추억이 첫 번째 리얼리티를 지탱하거나 이끈다.”

 

예술적 상상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감수성입니다. 과거나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불러들일 수 있는 힘은 바로 그 상상력에 있습니다. 자, 다시 아래의 이 문장으로 돌아와보겠습니다. 아마 처음보다 더 강한 울림으로 다가갈 지 모르겠습니다.

“상상력은 미래를 연다”

 

#3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일

 

 

파울클레, 지저귀는 기계(1922) / image : ibk.ecatalog.kr

 

세 번째 장은 파울 클레의 <지저귀는 기계>(1922)로부터 시작합니다. 묘한 매력의 이 그림은 앞서 에릭요한슨의 “Soundscape”처럼 저에게 공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에릭 요한슨의 작품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면, 파울 클레의 그림에서는 소리의 본질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2020/02/22 - [감성적시간_감수성을 깨우는 모든것] - 에릭요한슨 사진전, 동화적으로 표현한 이면의 현실들

에릭요한슨 사진전, 동화적으로 표현한 이면의 현실들

벌써 한달도 전에 관람했지만, 워낙 인상깊고 재미있게 본 탓에 아직까지 여운이 남아있는 전시회가 있습니다. 에릭 요한슨 Erik Johanson, 요즘 아주아주 핫한 비주얼 아티스트지요. 성남 큐브 미술관에서 전시..

sentimentallab.tistory.com

 

바로 앞 장에서 ‘미래를 여는 힘’으로 표현되었던 예술적 상상력은 여기서 한 겹의 의미를 덧입게 됩니다.

 

"이성으로 분별하고 재단할 수 없는 세상을 이해하고, 전체를 한 번에 꿰뚫어 연결하고 새로운 의미를 폭발시키는 능력. 이 능력이 예술적 상상력이다. 세상에는 어떤 범주로도 담을 수 없는 심연이 있다. 어떠한 논리로도 묶어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깊이가 존재한다."

 
이 책에서는 예술과 기술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반복해서 등장하는데요. 앞으로 기술이 더욱 발전해서 AI와 증강현실이 우리의 현실이 된다고 해도, 기계와 우리를 구분짓는 것은 바로 이 예술적 상상력일 겁니다.

 

"끊임없이 사유하고 상상하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예술적인 존재다. 고단한 삶을 사유하고 미래를 상상해서 필요하면 도구와 규율을 생산해내지만 예술작품도 만들어 사유와 상상을 이어나간다. 유한한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하다."(92p)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을 상상하고 표현함으로써 우리의 세상은 확장됩니다.

 

"클레는 <관조>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만드는 예술이 무엇인지 표현했다. 예술은 단순히 있는데 보이지 않았던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없었던 세계를 가시와 가청의 영역으로 탄생하게 한다.
텅 빈 벽에 그림 한 장을 걸면 공허를 뚫고 새로운 분위기가 생긴다. 예술은 그 자체가 창조이면서 다른 창조를 가능케 하는 상상력을 준다. 인류는 상상력을 발휘해 문명을 만들었다." (135p)

 

#4 새로운 생각이 탄생하는 순간

 
그러면 그러한 상상력을, 눈에 보이지 않은 본질을 캐치할 수 있는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예술의 증폭 방식은 메타포와 몽타주, 콜라주에서 봤듯이 배척의 언어가 아니라 공존의 언어다. 현실에서 진정한 미래를 여는 힘도 여기서 나온다. 증강 인간과 증강 현실에서 증강의 원리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창조자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185p)

 

다소 이상주의적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 나와 다른 것들에 대한 열린 자세, 그리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일 겁니다.

 

"꿈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새로운 일은 무슨 힘으로 해낼 수 있을까. 그것은 타성에서 벗어나야 이룰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그것은 그동안 살아왔던 흐름과 다른 리듬을 타는 일이다. 새 리듬감을 획득하면 삶이 바뀐다."(187p)

 

#5 천재란 무엇인가

 
이번에는 뛰어난 ‘예술적 상상력’을 가진 천재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일화와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에 대한 해설을 통해 모차르트 같은 천재들이 가진 특징은 무엇일까, 그들이 보여주는 천재성이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에 대해 탐색합니다.

 

"과연 모차르트는 천부적으로 음악의 재능을 타고난 신적인 존재일까. 그렇게 보는 것은 살리에리의 관점에 따른 것이다. 사실 모차르트도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작곡을 한다. 살리에리처럼 적나라하게 작곡의 고뇌를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모차르트도 힘들여 음악을 만든다."(213p)

 
이 책에서는 살리에리를 기계적인 정신을 가진 이로 설명합니다. 도덕성과 예술성 사이를 혼돈하며 타인의 천재성을 편협한 마음으로 시샘하는 사람. 자기 자신의 노력만 알고, 다른 사람의 재능을 노력없이 쉽게 얻어진 것이라고 쉽게 치부해버리는 마음. 살리에리에게 조금 야박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우리 안의 살리에리를 견제해야합니다.

 

"천재성은 서로 다른 범주를 아울러서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 능력이기도 하다. 기계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은 이질적인 요소들을 화합할 줄 모른다. 그런 사람은 산술적인 계산만 해서 창의적인 인생을 살지 못한다."(217)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경구처럼 천재성이란 (물론 1퍼센트의 영감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99퍼센트의 노력 없이는 발현될 수 없는 것입니다.

 

"꾸준한 수련은 진짜 예술가들의 미덕이다. 어떤 화가는 바라는 표현을 하기 위해 수백 번 선을 그었다고 한다. 그만 그랬겠는가. 연주자는 피아노의 건반을 제대로 치기 위해 수년 동안 하루 종일 앉아 연습한다. 몸으로 알기 전에 악곡을 연주하지 않는다. 현대 예술이 괴팍하다고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그려 예술작품이라고 내놓는 사기꾼도 있다. 그러나 진짜 예술가의 작품에서는 선 하나하나에 다른 기운이 흐른다. 진짜 음악가는 음악을 말로 떠들지 않고 연주한다.” (231)

 

예술적 상상력은 한방에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노력해서 얻어내야하는 무엇일 겁니다. 천재들이 그러할진데 하물며 범인인 저 같은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겠지요.

 

#6 일그러진 인간이 말해주는 역설

 
마지막 장에서는 인간의 보이지 않는 본질, 즉 ‘영혼’을 끈질기게 좇았던 뛰어난 예술가들을 만나게 됩니다. 평생 동안 한 여인을 그린 모딜리아니와, 사람의 육체를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그려낸 엘 그레코. 그들이 그려내고 싶었던 것은 바로 사람의 “영혼”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추측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증강’이라는 개념을 꺼냅니다.

 

“인간 왜곡이나 추한 모습의 반대편에 증강 인간이 있는 듯 여겨진다. 우리의 통념은 증강을 자기 자신이 세지고 커지는 강화라고 정의한다.
고야는 두 작품에서 인간이 어떻게 괴물이 되는지, 그리고 괴물이 되면 어떠한지를 그렸다. 타인을 공격해서 거인이 됐으니, 남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자기만 커진 괴물은 고독할 뿐이다.”

 

 우리는 약함을 감추거나 추함을 가리기 위해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 더 강해지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러한 증강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결핍에 의해 불행하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욕망은 백퍼센트 충족될 수 없으니까요. 하나를 채우면 또 다른 결핍이 생겨납니다.

"우리는 어떤 상태를 행복하다고 여길까. 흔히 무엇인가에 만족할 때 행복하다고 말한다. 심리학은 행복의 원리를 이러한 충족으로 설명한다. 결핍은 불행의 원인이라고 본다. 크게 만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소한 일에서라도 충족감을 느껴야 한다며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소확행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욕망이 행복과 관련됐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뭔가 차고 넘치면 더 행복할 거라고 여긴다. 자꾸 결핍에 시달리기 때문에 더 간절하게 뭐든 차고 넘치기를 바란다. 그러나 과잉은 오히려 더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262)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등장하는 레빈과 브론스키는 그 태도의 차이를 극명히 보여줍니다. 키티와 결혼한 이후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삶을 체감하면서도 오히려 그 소소함을 더 소중히 여기는 레빈과 달리, 안나와 도피에 성공해 함께 살게 된 브론스키는 욕망이 실현된 이후에 다시 시작된 그 현실에서 좀처럼 행복해지지 못합니다. 어쩌면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아래 한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

 

"행복은 만족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에서 나온다. 인용한 구절 끝부분에 톨스토이가 덧붙인 말을 다시 읽어보자. "행복이 욕망의 실현에서 나온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항상 저지르는 과오와 같았다.""(264)

 

한 사람의 태도는 곧 그 사람의 영혼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이어서 우리가 한번쯤 떠올려보면 좋을 영혼으로 동시대의 예술가 밥 딜런을 제시합니다. 권위에도 사회의 이념이나 규정에도 속박되지 않고, 언제나 담담하게 노래했던 가수 밥 딜런의 삶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태도와 영혼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지요. 

 

"딜런의 태도는 도리어 예술을 이해하게 해준다. 그는 어떠한 권위나 집단에 속하는 것을 거부한다. 딜런은 무엇에 속박당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도 자랑하지 않았다. 딜런은 그저 노래를 부를 뿐이었다. 그래미 상을 받았을 때도 퓰리처 특별상을 수상했을 때도 대통령이 직접 국가의 자유훈장을 수여했을 때도 그는 한결같이 담담했다. 수상에 웃거나 울먹이고 감사와 포부를 밝히며 야단스럽게 굴지 않았다. 그가 무례하거나 건방져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는 그저 노래할 뿐이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해 딜런은 75세였고 55년째 노래를 불렀고 37장의 앨범을 꾸준히 냈다.
딜런을 지금도 저항 가수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를 저항 가수라고 하면서 어떤 세력은 내 편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다. 음악을 편을 가르고 패거리 짓는 일의 도구로 쓰려는 거다. 딜런은 이렇게 자신을 어떤 집단에 집어넣어 저항 가수라고 규정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딜런은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오로지 시대와 밀착해 살면서 노래를 불렀다."(269)

 

그리고는 이 마지막 챕터를 마무리하면서 진정한 증강에 대해서 화두를 던집니다. 자신을 깨끗이 하는 것이라는 힌트를 남기면서 말이죠.

 

"우리도 잘 알듯이 뭔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그것이 걸려서 다음으로 나가기 힘들다. 더러운 상태로는 꺼림칙해 어떠한 성취도 기쁠 수 없다. 행복하기 위해, 풍요롭기 위해 먼저 자신이 깨끗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증강이 이루어질 수 있다."(277)

책의 제목에 이미 드러나듯 “예술적 상상력”이란 보이는 너머를 보는 힘, 그러니까 외형보다는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이자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열어내는 창조성입니다. 이는 깊은 사유, 타인에 대한 공감, 새로운 것에 대한 개방성, 머물러 있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노력과 꾸준함이 어우러져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술 작품을 접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얻어낸 각자의 ‘예술적 상상력’으로 우리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