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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과 후기 사이

그림책 추천, 속도의 무늬

안녕하세요.

감성을 깨우는, 조금 더 깊어지고 풍요로워지는 공간 '센티멘털 랩'입니다.

 

 

어제는 하루종일 봄비가 내렸습니다. 산수유는 벌써 노랗게 피었고, 목련은 꽃을 피우려고 봉오리를 통통하게 살찌우는 중입니다. 저에게는 이 맘때쯤 펼쳐보게 되는 그림책이 있는데요. 일러스트레이터 함주해 님의 '속도의 무늬'입니다. 

 

 

2017년에 책으로 엮여 출간되었는데요. 그 전까지는 페이스북과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연재되었던 작품들입니다. 연재작 중 몇몇 작품은 ‘영국 월드 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 WIA 2017’과 ‘미국 아메리칸 일러스트레이션 AI 36’에 선정되기도 했다고 하고요.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그 이력으로 설명될 수는 없습니다. 유명하다더라, 상을 받았다더라 하는 이야기보다 이 책에 담긴 그림이 주는 여운이 참 좋거든요. 강렬하지는 않지만 담백하고 따스한 느낌이 드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풍경과 사람을 향한 시선이 그래서 그렇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그림 뿐 아니라 서정적인 필치로 그림 옆에 씌여진 문장들을 읽는 맛도 저에게는 참 좋습니다. 여백이 많고 함축적이라 그 행간을 상상하게 만들기도 하고, 내 상황에 대입하게 되기도 하고요.

 

'속도의 무늬'라는 이름도 알쏭달쏭한 느낌을 주는데, 이 그림에세이의 이름이 '속도의 무늬'인 이유는 서문의 아래 문장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나무가 풍경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해의 시작인 겨울부터 끝인 겨울까지 하루하루가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모아보고자 했다. 그리하여 마음속에 담긴 익숙한 무늬 하나쯤, 저만의 파문을 만들며 유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고 그렸다." (10)

 

이쯤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작가는 '나이테'를 '속도의 무늬'라는 말로 시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크) 멋있죠. 하루하루의 흔적을 모아보려했다는 서문의 말처럼, 이 책은 매월 매일에 해당하는 그림과 문장을 순서대로 담고 있는데요. 오늘 제가 펼쳐든 페이지들을 일부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2 

 

 

#3 

 

 

#4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하죠. 불안과 걱정, 그리고 공포. 편안히 밖으로 나가지도, 누군가를 만나지도 못하는 요즘, 누구나 크고 작은 우울감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환자들을 치료하느라 바삐 움직이시는 분들, 모두에게 필요한 일을 뒤에서 묵묵히 해내고 있는 분들을 떠올려보면, 또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도 드는 요즘입니다. 모든 것은 결국 지나갈 테니까, 지금 이 순간을 지금의 최선으로 살 수 밖에 없겠지요. 

 

제게는 삶의 소소한 비타민인 '속도의 무늬'라는 책이, 이 포스팅을 읽는 분들께 작으나마 기운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