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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과 후기 사이

권투선수였던 건축가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공간, 뮤지엄 ‘산’ by 안도 타다오

안녕하세요.

감성을 깨우는, 조금 더 깊어지고 풍요로워지는 공간 '센티멘털 랩'입니다.

 

 

 

 

날씨가 좋아지니까 자꾸만 몸이 꿈틀거리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렇다고 마구 나다닐 수도 없고, 그래서 놀러나갔던 기억들을 떠올려보게 되는데요. 그러다가 2년 전에 방문했던 이곳이 떠올랐습니다. 해가 좋던 9월에 이곳에 갔었는데, 종종 보드를 타러 갔었던 오크밸리에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지요. 이 곳의 풍경을 소개해드리면 좋을 것 같아 오늘 포스팅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지은 '뮤지엄 산'에 대해 준비했습니다.

 

2013년 한솔문화재단이 개관한 박물관으로 무려 8년에 걸쳐 지어졌는데요. Space, Art, Nature의 이니셜을 딴 이 뮤지엄 산은, 안도 다다오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노출 콘크리트 건물 고유의 현대적인 느낌과 곳곳에 사용된 우리나라의 돌들이 (해미 지역의 해미석과 파주의 파주석 등이 사용되었지요) 더해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깊은 산속에 있는 고요하고 평온한 수도원을 거니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요. 이곳을 살짝 소개해드릴게요. 

 

# 권투선수였던 건축가, 안도 다다오

 

먼저 '뮤지엄 산'을 지은 일본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1941~)은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요. 건축가가 되기 전에 권투선수로 일을 했었다는 사실입니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근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은 그의 건축은 단순하면서도 간결합니다. '물'과 '빛'을 극적으로 사용하여 자연과 어우러지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하지요. 또한 현대 우리나라의 건축들에서도 많이 보여지는 노출 콘크리트 건축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뮤지엄 산

아래 사진은 뮤지엄 산의 워터가든입니다. 본관 주위를 마치 해자처럼 두르고 있는 물 속에는 해미석과 동시에 하늘의 구름이 비춰지면서 환상적인 느낌을 줍니다. 저는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마구마구 힐링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아래 사진 속의 카페에서는, 산 중턱에서의 전경과 물에 비친 하늘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유유자적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법한데요. 그럴 수 없는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좋은 곳인만큼 사람이 많아서, 자리가 없었다는 슬픈 사실. 식사도 차 한잔도 할 수 있는 곳인데, 저는 경치구경과 사진 한장만 찍다 왔답니다.

 


뮤지엄 본관 내부의 분위기도 정말 독특하고 아름답습니다. 파주석으로 만든 돌담이 내부에도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오묘한 느낌이 들었지요. 콘크리트벽과 돌벽 사이를 걷는 기분이 뭐랄까 경건하다고 해야할까요. 서두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수도하는 사람들의 공간이 이럴 것 같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혹시나 방문하실 분들을 위해 관람 정보를 첨부합니다. 입장료가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제가 느끼기에 그 값은 하고도 남는 공간이니 원주에 가실 일이 있으시다면 한번 꼭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 안도 타다오의 건축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우리나라에만 다섯 곳이 있다고 하는데요. 원주 뮤지엄 산 이외에도 제주도에 3군데, 서울에 1군데가 더 있습니다. 제주도에는 휘닉스 아일랜드 안에 있는 레스토랑 '글라스 하우스'와 '유민 미술관', 그리고 중문 쪽의 '본태박물관'이 있고 서울에도 종로 혜화동의 '재능문화센터(JCC)'가 있습니다. 저도 기회가 되면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등학생 시절 권투선수와 트럭 운전수로 살아가던 한 소년이, 헌 책방에 르 코르뷔지에의 설계도면을 보고 반한 이후 세계를 여행하며 독학으로 공부해 건축가가 되었다는 드라마틱한 배경만큼이나, 그가 만들어낸 공간 역시 특이하고도 매력적입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상 안도 다다오와 뮤지엄 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