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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깨우는, 조금 더 깊어지고 풍요로워지는 공간 '센티멘털 랩'입니다.
지난번 화가가 사랑한 블루에 이어서, 화가의 이름으로 불리게 된 10가지 색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해볼까 합니다. 한가지 대표 색깔만으로 물론 한 화가의 전체를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가진 색깔을 짐작할 수 있게 되는 요소이기는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는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직관적인 것은 색깔이 아닐까요.
# 르누아르 핑크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가 자주 사용한 핑크입니다. 화려하고 부드러운 붓터치와 색감으로 특히 많은 여인들을 그렸지요.
# 피카소 핑크
앞선 '화가가 사랑한 블루' 편에서 '청색시대'때 피카소가 많이 사용했던 '피카소 블루'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었는데요. 이번에는 핑크입니다. 1901-1904년 청색을 주로 사용했던 피카소는 그 이후 1905-1907 핑크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를 핑크시대(The Rose Period)라고도 부르지요. 피카소가 핑크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우연히 만난 '페르낭드 올리비에'라는 여인 때문이었다고 알려져있는데요. 그녀와 행복한 생활을 보냈던 그의 화폭은 핑크로 물들게 됩니다.
# 렘브란트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 반 레인(Rembrandt van Rijin, 1606-1669)의 이름으로 불리는 암갈색입니다. 그는 암갈색을 베이스로 명암을 대비시켜 인물의 정신세계를 묘사했지요. 비슷한 계열의 어두운 색조로 '렘브란트 매더'라고 불리는 붉은 색도 있답니다.
# 반 다이크 브라운
17세기 플랑드르의 대표적인 화가, 안토니 반 다이크(Anthony van Dyke, 1599-1641)가 많이 사용한 색깔입니다. 이 색은 탄광에서 채굴된 부식 토양의 갈탄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정제하여 만들어진 색인데요. 1850년부터 이 브라운색은 반다이크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반 다이크는 역사적인 소재와 초상화를 그려 명성을 누렸지요.
# 로트렉 오렌지
19세기 말 '물랭루즈'를 무대로 그림을 그렸던 프랑스 화가 '툴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이 많이 사용했던 오렌지 색입니다. 그는 세기말 파리의 소란스럽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빨강, 오렌지, 노랑 등의 색감으로 표현했지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물랭 루즈의 작은거인'이라는 타이틀로 로트렉전이 열리고 있지요. 조만간 다녀와서 리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 고흐 옐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 하나가 바로 반 고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광기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많이 사용한 노랑입니다.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발견한 색으로 태양의 색깔이자 해바라기의 색깔이기도 하지요. 크롬 옐로 물감을 사용해서 남긴 '밤의 카페 테라스'나 '해바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죠.
# 고야 레드
18세기 스페인의 화가이자 판화가, 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 1746-1828)의 이름을 딴 빨간색입니다. 궁정화가이자 기록화가로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요. 그의 대담한 붓터치와 강렬한 느낌은 후에 에두아르 마네와 파블로 피카소에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 벨라스케스 레드
16세기 바로크를 대표하는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Rodriguez de Silva y Velazquez, 1599-1660)의 이륾으로 불리게 된 레드입니다. 궁정 화가로, 왕족을 비롯해 당시의 유명한 사람들의 그림을 남겼습니다. '시녀들'이라는 의미의 '라스 메니나스(Las Meninas)(1656)는 걸작이라는 평을 듣고 있죠.
# 르동 블랙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화가이자 판화가, 오딜롱 르동(Odilon Redon, 1840-1916)는 30년동안 검은색을 사용하며 공포감이 느껴지는 신비로운 판화를 제작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초기에서 중기까지는 어린시절의 불안을 반영해 검정의 농담을 이용한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들을 남겼으며, '검정은 가장 본질적인 색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50세 중반부터는 밝고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면서 아주 다른 분위기의 작품들을 남겼지요.
# 로랑생 그레이
20세기 초 프랑스의 여성화가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1883-1956)이 그림에서 사용한 회색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시인 기욤 아포리네르의 연인으로 알려진 여성이기도 하지요. 로랑생은 특이 여성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는데요. 그 중에는 샤넬도 있습니다. 그러나 샤넬의 요청으로 그린 아래 그림을 본 샤넬은, 자신을 닮지 않았다며 거절했으며, 이에 분노한 로랑생은 그녀를 다시 그리기를 거부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혹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색깔 하나에 집중해서,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하면서 자신을 대표하는 색상으로 만들고, 결국 그 색깔에 자신의 이름으로 붙인 이들의 집착스러운 노력에 감탄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그 한편으로 색깔이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사실에는 안심하게 됩니다. 자신만의 색깔. 꼭 예술가가 아니라도,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색깔 하나씩 간직한다면, 삶이 조금은 더 다채로워지지 않을까요.
참고
마법의 색채센스, 조우가즈오 지음. 우듬지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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