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감성을 깨우는, 조금 더 깊어지고 풍요로워지는 공간 '센티멘털 랩'입니다.
아직 계속되는 코로나의 여파로 우울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봄이 오는 듯 싶은 날씨에 그래도 기분이 좋아지는 요즘입니다.
그 기분을 살려 최근 제 눈을 사로잡은 그림의 작가에 대해 포스팅을 해볼까 합니다.
경쾌하고 명쾌한 색상 배색과 형태가 묘한 생동감을 일으시며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위 그림의 주인은 바로 나탈리 뒤 파스키에(Natalie du Pasquier)라고 하는 프랑스 예술가인데요.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멤피스 그룹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합니다.
#1 반항미 넘치는 예술가들, 멤피스 그룹
멤피스 그룹은 기능적인 디자인이 대세였던 1980년대에 당시의 흐름에 반항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던 예술가들의 모임입니다. 잘 알려지다시피 1981년 이탈리아 디자이너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의 주도 하에 결성되었고요. 밥 딜런의 노래 'Stuck Inside of Mobile with the Memphis Blues Again'에서 멤피스(Memphis)라는 모임의 이름을 따왔습니다. 이 노래가 멤피스 멤버들이 첫 미팅을 할 때에 흘러나왔었다고 하죠. 미국 테네시주의 도시명(이집트의 고대 수도의 이름이기도 합니다)이 밀라노의 예술가 그룹을 지칭하게 된 것이 흥미롭다면 흥미로운 지점이기도 합니다.
멤피스 그룹은 "새로운 국제주의 스타일(인터네셔널 스타일)”을 표방하면서 그림을 비롯한 가구, 섬유, 패턴, 도자기 등 분야에서 1950년대의 키치, 아르데코, 팝아트 등의 요소들이 융합된 포스트모던 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초반에 멤피스 그룹에 대한 시선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당시로서는 '저급하게’ 여겨지던 플라스틱 합판, 그리고 서로 충돌하는 다양한 색깔을 사용했는데 그것이 당시의 디자인 기준에 들어맞지 않았던 탓입니다. 하지만 심플한 기능주의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던 1970년대의 어둡고 딱딱한 분위기와 확실히 구분되는 그들만의 크리에이티브와 유머는 1980년대를 풍미하게 됩니다. 그 뿐 아니라 한때의 유행일 뿐일 것이라 여겨졌던 그들의 스타일은 1987년 멤피스 그룹이 해체된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멤피스 그룹 디자인의 아이콘과도 같은 '칼튼 룸 디바이더(Carlton Room Divider)는 지금까지도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12,500유로에 구입이 가능하네요.
우리에게 익숙한 프루스트 의자를 디자인한 알렉산드로 멘디니 역시 멤피스 그룹의 디자이너입니다.
#2 누구나 한 눈에 알아보는, 멤피스 스타일
멤피스 스타일은 누구나 보는 순간 바로 알아챌 정도로 개성이 뚜렷합니다. 밝은 네온 컬러, 원색과 파스텔톤, 기하학적인 형태, 대담하고 반복적인 패턴이 그 대표적인 예지요. 1980년대에 유행하던 다양한 디자인들이 뒤죽박죽 섞여있기 때문에 좋게 말하면 '혼돈스럽고' 나쁘게 말하면 '미친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유분방한 불규칙성과 창의적인 분위기, 유머스러움은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에게 오늘날까지도 큰 영감을 주며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크리스티앙 디올, 미쏘니, 칼 라거펠트 등 패션계에도 영향을 미쳤구요.
1995년, 애플이 맥 시스템 7.5(맥 OS의 구버전)를 구입한 고객들에게 사은품으로 증정했던 오리지널 애플 워치 역시 멤피스 스타일이었습니다.
2017년에는 멤피스 스타일의 BMW 스페셜 에디션 i8과 i3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근래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레트로 열풍 속에서도 인테리어와 패션 등 많은 분야에서 멤피스 스타일의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3 마음을 사로잡는 아티스트, 나탈리 뒤 파스키에
이제 다시 서두의 나탈리 뒤 파스키에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제가 한 눈에 반한 그림을 남긴 이 화가는 멤피스 그룹의 창립 멤버로, 1957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났습니다. 1797년까지 밀라노에서 살며 작업활동을 펼쳤고요. 1986년까지는 멤피스 그룹에 소속되어 섬유, 카페트, 가구 및 오브제 디자이너로 활동했습니다.
그림에 반해서 찾아들어가게 된 그녀의 홈페이지에서 그 센스에 한번 더 반하게 되네요. 그녀의 소개글에서처럼 멤피스 디자인이 해체된 이후에는 주로 그림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그녀는 에르메스, 발렌티노, 헤이, 아메리칸 어패럴 등의 세계 유수의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아 그들과 콜라보 작업을 하기도 했고요.
전세계 각지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작년인 2019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사물들의 불규칙한 정렬'이라는 주제로 그녀의 작품들이 전시되었습니다.
특히 2017년 런던에서 열린 전시회는 정말 기가 막힙니다. 아래 사진들이 바로 FROM TIME TO TIME이라는 테마로 열렸던 그 전시의 모습인데요. 멤피스의 경쾌함에 그녀만의 감성이 어우러져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감각적인 배색과 배치로 전시회장 자체가 그녀의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녀의 홈페이지에서는 아직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해마다 빼곡하게 작품을 남기고 업로드한 그녀의 열정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결성에서 해체까지 불과 6년 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활동했음에도 멤피스 그룹은 디자인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을 뿐 아니라 여전히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만큼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 사이트
https://www.memphis-milano.com/
http://www.nathaliedupasquier.com/
https://www.designweek.co.uk/inspiration/time-time-exhibition-nathalie-du-pasquier/
https://design.tutsplus.com/articles/what-is-the-memphis-style--cms-31160
http://blog.lofty.com/top-10/memphis-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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