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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 디자인상식

컬러리스트 자격증, 컬러리스트 산업기사&기사

안녕하세요.

감성을 깨우는, 조금 더 깊어지고 풍요로워지는 공간 '센티멘털랩'입니다.

 

저는 자격증을 맹신하지는 않습니다. 시험과 실제는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기본기의 일부, 즉 기초적인 지식을 배울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이론을 익히고, 그 분야에 관련된 기능을 반복학습하여 체화하고 있다면 적어도 그것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는 실력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이 생길 테니까요.

 

 

 

 

그러한 생각에서 작년에 컬러리스트 산업기사를 취득했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몰랐던 지식을 얻기도 하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되짚어볼 수도 있었는데요. 무엇보다 물감으로 직접 색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재밌기도 했습니다. 물론 요즘은 스포이드 모양의 아이콘 하나를 클릭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색감을 찾아 쓸 수도, 또 수치 조정을 통해 미세한 변화를 줄 수도 있는 세상이지만, 아날로그적으로 색의 변화를 직접 만들어내면서 색상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혹시 컬러리스트 산업기사를 준비하는 분들께 조금의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보려합니다.

 


#1 컬러리스트 자격증, 산업기사와 기사

 

컬러리스트란 (굳이 번역하자면) '색채 전문가'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색채와 관련된 자격증으로는 컬러리스트 산업기사와 기사가 있는데, 한국 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국가공인자격증입니다. 2002년 신설되어 운영되고 있고,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https://c.q-net.or.kr/) 또는 (http://www.q-net.or.kr/)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색채와 관련된 분야는 건축, 제품, 실내디자인, 조명, 화장품, 패션, 미용, 원예 등 꼽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합니다. 산업인력공단에서는 컬러리스트 자격과 연관있는 직무를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색채관련 조사, 색채표준, 색채디자인, 색채관리 등 색채분야 업무의 기초적인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수행하는 직무

즉 색채와 관계된 특히 디자인 직종에 속한 분들이라면 누구나 연관이 있는 자격증입니다.

#2 응시자격

 

그런데 아무 제한없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구요. 특정 분야에 대한 자격시험이기 때문에 충족해야할 요건이 있고, 이를 증빙해야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저는 전공이 디자인 관련 학과가 아니라, 산업기사를 응시할 수 밖에 없었지만, 만약 요건이 충족되었다면 기사 기준으로 준비했을 겁니다. 무언가를 배울 때도 목표가 높아야 조금이라도 더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3 알아야 할 색채 이론 및 실무 지식, 그 내용과 범위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떻게 평가하는 것인가, 결국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텐데요. 시험의 내용과 진행방식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필기

 

우선 필기시험의 범위는 (산업기사를 기준으로) 1) 색채 지각의 이해, 2) 색채 체계의 이해, 3) 색채관리, 4) 색채디자인, 5) 색채 심리입니다. (제가 공부했던 차례로 나열했습니다. 인터넷 강의에서 추천한 학습 순서였는데, 제 생각에도 이렇게 진행하는 편이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상세히 소개를 드리자면;

 

1) 색채의 기본적인 속성과, 색이 지각되는 매커니즘(색이 지각되고 혼합되는 원리와 색채 감각의 특성들)에 대해 알아야 하고,

 

2) 색채를 정의하는 색 체계에 대해 특히 자세하게 알아두어야 합니다. 색체계는 크게 광원색의 체계인 혼색계와 물체색의 현색계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때의 구체적인 색체계들(CIE, 먼셀, NCS, 오스트발트, PCCS, DIN, RAL 등)의 내용과 특징들을 숙지해야 하고요. 그 외에도 색명법과 색채조화와 관련된 이론들이 이 과목에 속합니다. 좀 까다롭기는 하지만 꽤 흥미로운 영역이기도 했습니다. 세세한 내용들이 많은 부분이다보니 저의 경우 시험이 아니었으면 스스로 집중해서 공부하지 않았을 영역이었는데요. 막상 공부를 하다보니 색체계에 대해 이해력도 좀 생기면서 나름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3) 색을 만들어내는 소재와 재료, 그리고 색을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안료와 염료, 도료 등등 각종 소재들의 특성과 금속이나 플라스틱, 목재 등의 재료에 색을 처리하는 방법, 그리고 측색의 구체적인 프로세스에 관한 지식들이 그 범위이고, 측색에 변수가 되는 광원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룹니다.

 

4) 디자인에 대한 개괄적인 정의 및 특성과 함께 전반적인 (예술 사조에 기반한) 디자인사를 훑어볼 수 있습니다. 

 

5) 색채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목입니다. 사람 개인과 문화에서 색채가 어떻게 인식되는가,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한 색채 마케팅을 개괄적으로 다루게 됩니다.

실기

 
실기 항목은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뉘는데요. (제가 응시한 산업기사를 기준으로 하면) 색변화의 속성을 파악하고, 주어진 색과 단계적인 색 변화를 물감으로 재현해내야하는 색재현 영역과, 컬러칩을 활용해 주어진 상황에 적합한 색상을 계획하는 감성배색 문제입니다. 

 

 

 먼저 색상변화를 계산하는 문제와, 단어 퍼즐처럼 생긴 색재현 문제가 출제되는데요. 퍼즐의 일부에 주어진 색을 물감을 섞어 만들어내고, 그 일부 색상 사이에 이루어진 색변화가 색상, 명도, 채도의 삼속성 중 어느 변화인지를 파악한 후 그 단계적인 변화를 직접 재현해내야 합니다. 

 

 

 감성 배색의 경우, 주어진 상황(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병원의 인테리어 등)에 맞는 색상계획을 색 이론에 근거해 수립하여 컬러칩으로 표현하고, 논술형의 설명을 달아야 합니다.

 

학습 기간 및 방법

 

아무래도 목표가 있는 공부이다보니 기간을 둘 수 밖에 없을텐데요. 저의 경우 두달 반 정도, 일과 병행하면서 준비하여 합격했습니다.

 

필기는 교재를 구입해서 2주 정도 출퇴근시간에 교재와 관련된 인터넷 강의를 보고 주말에 교재를 읽으며 문제를 푸는 식으로 준비했구요. 예문사에서 나온 조영우 선생님의 교재를 보고 교재에 포함된 인터넷 강의를 들었습니다.

실기는 학원 과정을 등록해 진행했습니다. 주말 하루 6시간씩 10회의 수업이었고 두달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학원 과정 외에 별도로 크게 연습을 하지는 못했고, 다만 감성배색 부분에서 사용될 이론 부분은 시험 전 훑어보았습니다. 

실기의 경우 독학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학원에서 교육 및 가이드를 받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될 텐데요. 시험과 관련된 내용 뿐 아니라, 저의 경우 색상 배색 등에 관련한 강사님의 팁 등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유익했습니다.

실기 학원의 경우 여러 교육 기관들이 있었는데, 저는 저에게 맞는 시간과 일정으로 강의가 개설되었던 그린 컴퓨터 아트학원 종로점에서 수강을 했습니다. (강사님이 차근차근 잘 알려주셔서 좋았습니다.) 근로자 혹은 구직자 과정으로 국비 지원을 받아 등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4 시험 일정과 접수, 그리고 합격률

 

그러면 좀 더 구체적인 시험 정보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려 합니다.

 

컬러리스트 산업기사와 기사는 '국가기술자격'에 속해 있어, 한 해에 3차례 치뤄지는 '정기기사' 시험 일정에 따라 치뤄집니다. 2020년 컬러리스트 시험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시험 접수는 앞서 언급드린 Q-net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시험 비용은 필기 19,400원 실기 33,000원입니다.)

 

 

 

시험 응시를 염두해두신다면 합격률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두시는 것이 좋을텐데요. 필기와 시험 모두 대략 50% 내외의 합격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 준비물과 꿀팁들

 

실기의 경우 준비해야하는 비품들이 좀 많은 편인데요. KS 색상칩이나 물감 같은 경우, 중고나라 등에 합격한 분들이 내어놓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도 합격 후에 중고로 판매했습니다.)

 

준비물 목록 

KS표준색(155b), 포스터칼라(12색/알파or신한 전문가용), 평붓(4,5호/ 4-8개), 물통(저는 휴대하기 좋은 접이용을 썼습니다), 종이 팔레트, 30cm방안자, 커터칼, 가위, 스카치테잎, 커팅매트(30x20cm정도), 물티슈or수건, 명도자(학원 수업시 제작), 초(티라이트), 라이터, 연필, 지우개, 검정볼펜

 

모든 시험은 결국 시간 싸움이다보니, 시간을 벌기 위한 팁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제가 사용했던 방법들 몇가지를 소개합니다.


등록시 안내하는 준비물 외에 저는 철재 혹은 플라스틱 통과 철망(거름채), 그리고 티라이트(초)를 이용해 물감을 빠르고 편하게 말릴 수 있었는데요. 학원 강사님이 알려주신 방법으로, 통 안에 티라이트를 켜고 철망을 얹은 다음 그 위에 색상칩을 올려놓으면 다른 작업을 하면서 말릴 수 있어 매우 편리합니다. 초도 티라이트를 쓰는 것이 편리성으로나 휴대성으로나 좋았습니다. 

 

통 안에 티라이트를 넣고 통에 위의 거름채를 뒤집어 걸쳐놓은 다음 그 위에 컬러칩을 올려서 물감을 말립니다

 

또 제출해야하는 컬러칩의 물감이 확실히 말라야하기 때문에 핫팩을 준비해서 위에 올려놓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기 시험 시에는 배부되는 종이를 0.8cm로 잘라서 사용하게 되는데 이 때 자르기 편하게 자에는 미리 표시를 해가는 것도 팁입니다.

# 응시 및 합격 후기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물론 짧은 시간도 아니었습니다만) 이 때 익힌 내용들이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 꽤 남아있습니다. 색채 용어라던지 기본적인 개념들에 대해 정리하고 상식적인 지식을 넓히는 데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입니다.

저처럼 색에 대해 갈증이 있으시다면 한번 시도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혹시 준비중이시다면 합격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