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감성을 깨우는, 조금 더 깊어지고 풍요로워지는 공간 '센티멘털 랩'입니다.
꽃은 한 송이만으로도 공간 전체에 생동감을 불러오는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공간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수적인 장식의 역할을 담당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지요. 반면 특별한 날에는 단연 그 공간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하는데요. 그 특별한 이벤트의 정점에는 웨딩이 있습니다. 꼭 일생에 한번이 아닐 수도 있긴 합니다만, 살면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일테죠.
이번에는 그렇게 특별한 웨딩을 더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웨딩 공간을 연출하는 분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제가 줄곧 눈여겨 보며 애정하는 곳들인데요. 결혼하는 예비 부부들 마다의 스토리와 개성을 담은 다양한, 때로는 독특한 컨셉의 플라워 디자인을 기획하여 감탄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저의 워너비 연출러들을 소개해드릴게요.
# 료한앤장 & 앤드류에스 플라워
작년 가을, 저는 아래 행잉장식을 보고 정말 말그대로 탄성을 질렀었는데요. 세상에 딱 하나뿐인 커스텀 웨딩의 느낌이 마구마구 느껴지지요. 웨딩 디렉팅의 801224(이 곳의 대표님이신 료한 디렉터는 앤장이라는 디자이너와 함께 '료한앤장'이라는 이름으로도 웨딩 이벤트 디렉팅을 진행하고 계시기도 합니다)과 앤드류에스플라워의 합작입니다. 사진은 쿠모나리제이의 작품이고요. (이분들 주로 세트로 움직이십니다.)
복합문화공간 엘리스몽드에 다양한 핑크톤 플라워와 그린소재로 만든 대형 오브제를 매달아, 정말이지 화려하고 로맨틱한 꽃비가 내리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아무래도 예식장이 아닌 곳에서의 결혼식이라 일반적인 웨딩과 달라보인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이 다는 아닙니다. 웨딩이 예식장에서 올려지건 아니면 스몰 웨딩 형식으로 복합문화공간이나 야외에서 올려지건 간에, 보통은 전형적인 틀 내에서의 공간 연출이 이루어지게 마련입니다. 그에 반해 이분들은 저마다의 공간에 어울리는, 그러면서도 웨딩의 주인공들의 색깔을 담아낸, 개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말하자면 컨셉이 담긴 "특별한 특별함"입니다.
이 분들이 내어놓은 공간들은 다 아름답지만, 그 중에서도 제 눈에 특히 멋있었던 몇 가지만 골라봤는데요. 사진 아래에 출처를 밝혀두었으니, 다른 스타일들이 보고싶으시다면 한번 들러보세요.
가을 소재들과 가을의 색감을 활용해 계절감이 물씬 나는 컨셉의 야외 웨딩 역시 참 멋스럽고요.
아래의 컨셉도 아마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하나뿐인 웨딩일 겁니다. 확실한 컨셉 안에서 다같이 어우러지는 알록달록한 색감의 소품들, 야채들과 플라워 장식이 인상적입니다. 저런 공간에서의 웨딩이라. 영화 한편을 찍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네요.
# 롯데 시그니엘 서울 호텔
모든 호텔의 웨딩 플라워들이 화려하지만, 그 중에서도 롯데 시그니엘 서울 호텔 플로리스트 김다라 실장님의 플라워팀은 아름다운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양한 꽃들을 풍성하게 사용해, 매번 각양각색의 매력적인 웨딩 공간을 연출합니다. 아래 사진들을 한번 구경해보세요. 출처는 사진 아래에 밝혀두었습니다.
압도당할만큼 화려한 반짝반짝한 행잉 라이트와 흰색 꽃잎줄들, 풍성한 아치에 절로 감탄이 나오지 않으신가요.
깃털과 팔래놉시스, 수국이 만들어 내는 고급스러운 핑크톤의 분위기도 매력 폭발입니다.
메인으로 사용한 팜파스그라스에 핑크톤 꽃들을 매치해, 가을느낌이 물씬 나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의 예식공간이 완성되기도 하고요.
그린 소재들에 포인트가 되는 쨍한 레드, 특히 생동감 넘치는 아네모네 줄기 라인들이 돋보이는 파릇파릇한 스타일링도 눈에 띕니다.
여름 분위기의 파스텔 블루톤의 웨딩도 아름답네요. 길이감이 있는 델피늄과 덩어리감 있는 수국이 여름여름한 느낌을 한가득 선사합니다.
# 알지비지구맛
미니멀 아트 디렉팅을 표방하는 알지비지구맛은 개성강한 독특한 분위기의 웨딩을 연출합니다. 전형적인 웨딩과는 거리가 꽤 있는, 심지어는 파격적이기까지 한 스타일들을 선보이고 있지요.
먼저 한옥 복합문화공간 핸더스에서 진행된 예식 장식입니다. 민화 '화조도'를 모티브로 스타일링한 공간으로, 한국적인 그림과 새 모양의 오브제, 그리고 동양적인 팔래놉시스와 도자기까지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이 가미된, 유니크한 분위기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분들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블랙 톤의 웨딩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고딕 분위기의 카리스마가 느껴지죠.
아래 역시 세상에서 하나뿐인 느낌의 공간입니다. 풍성한 주름의 레드 커텐에 화려한 무늬의 우산들. 흥겨운 무대가 열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음향감독과 연출가라는 신랑 신부의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긴 듯 합니다.
저는 공간의 분위기가 가지는 힘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집에 걸어두는 액자 하나, 거울 하나가 하루의 기분을 좌우할 수도 있고, 테이블 위의 꽃 한송이가 삶에 대한 의욕과 행복감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일상적인 공간과 이벤트적인 공간은 약간의 다른 기준이 적용되어야겠지만, 특정한 느낌으로 공간을 연출하는 것은 곧 그곳에서 보낼 시간, 혹은 경험을 결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새출발을 하는 두 사람들에게 그 사람들만의 색깔을 담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쩌면 그들을 축복하는 가장 세련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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